세상 가장 소중한 신고 - 출생신고(등록)

작성자
InCRC
작성일
2017-11-28 14:44
조회
467
최근 의사 등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기관 또는 공공기관에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출생신고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있었습니다(2017.11.2.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 결정,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출생신고 제도개선 권고」).

관련하여 2017.11.27. 국회에서는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토론회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우리나라 출생신고의 한계와 제도개선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였고, 이때에도 국내법이 출생신고의 대상을 국민에 한정된다고 규정한 결과 한국국적 아니거나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못한/취득할 수 없는 이주아동의 출생등록을 위한 제도개선 필요성을 짚어주었습니다.

27일 인권위는 분만에 관여한 의사, 조산사 등이 국가기관에 아동 출생사실을 통보할 의무를 부여하도록 법무부장관과 대법원장에게 '가족관계 등록 등 법률' 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중략…)인권위는 이와 관련해 27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권미혁·백혜련 국회의원과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와 공동으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2017.11.27.자 데일리팜 기사)
http://www.dailypharm.com/News/233868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지난 2015년부터 본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에 참여하여, 우리나라에 보편적 출생등록이 실현되는 방안을 고민해 왔습니다.
* 우리나라에서 출생등록이란 출생신고 제도로 존재함. 이에 네트워크 명칭을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Universal Birth Registration, 이하 UBR)라고 함.
-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을 위한 서명 캠페인 http://www.ubrkorea.org/
- 아동 출생신고 지원 및 인식개선 활동을 위한 모금 캠페인 https://together.kakao.com/fundraisings/44049


○ 출생신고(출생등록), 무슨 문제가 있냐구요?

일반적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출생신고를 합니다. 우리나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은 부 또는 모는 출생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제46조 제1항). 예외적으로 부모 모두 출생신고를 할 수 없을 때에는, 친족 또는 출산에 관여한 의사 등이 출생신고를 하여야 합니다(제46조 제3항). 출생신고 기한은 한 달 이내이고, 한 달을 도과하면 5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 부모, 동거하는 친족, 의사 등을 신고의무자라 함.

그런데 지난 2016년부터 우리 사회는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가 누락된 다수의 사건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고,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고의(일부러) 또는 태만(귀찮거나 게을러서, 꼭 해야 하는지 몰라서)의 결과였습니다.

# 두 살배기 아들을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20대 부모가 넷째 아들이 태어나자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숨진 아들로 둔갑시켜 범행을 덮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7.2.26.자 한국일보 기사 “두살배기 살해 감추려… 막내 태어나자 숨진 아들로 둔갑”)
http://www.hankookilbo.com/v/caa1c116aea24125ade0b3710502eb57

# 김씨는 2014년 9월과 지난해 1월에 출산한 두 딸을 부산 남구에 있는 동거남 A씨의 집 냉장고 냉동실에 유기했다. (…중략…) 2014년에 출산한 아기는 병원에서 출생증명서까지 받아 출생신고의 대상이었는데 이후 3년간 존재 자체가 파악되지 않았다.
(2017.6.18.자 연합뉴스 기사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된 아기 시신 2구의 미스터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6/18/0200000000AKR20170618027300051.HTML

이처럼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를 보완하기 위하여, 2016년 5월 29일에는 신고의무자가 한 달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되기도 하였습니다(「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4항).

# 지민이와 같은 아이 3명에 대해 대전지검 검사들이 출생신고에 나섰다. 이 아이들은 아동학대 등의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유기되거나 방치된 아이들로 모두 1세 이하의 유아다. 그동안 주민등록번호가 없다 보니 병원 진료 등 기본적인 권리보호가 이뤄지지 않았고, 검사의 직권으로 출생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조치했다.
(2017. 11. 21.자 중도일보 기사 “방치된 아이들 출생신고해준 검사들”)
http://www.joongdo.co.kr/main/view.php?key=20171121010008648

뿐만 아닙니다. 허위로 출생신고한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 경찰은 지난달 31일 아이 2명을 낳았다고 허위로 신고해 수천만 원의 양육수당을 챙긴 혐의로 류씨를 구속했다. (…중략…) 경찰은 지난 2월 초등학교 신입생 예비소집일에 불참한 류씨 첫째 아이의 행방을 찾다가 수사 착수 6개월 만에 잠적한 류씨를 붙잡았다.
(2017.9.13.자 연합뉴스 기사 “檢 '가짜 출생신고' 전직 승무원 구속취소…시민委 의견수용”)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9/13/0200000000AKR20170913132500004.HTML

2016년 11월 30일부터 ‘인우보증제도’가 폐지됨으로써 허위출생신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여전히 허점은 존재하고 있습니다. 2018년 7월부터 5세 미만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수당이 지급될 것임을 고려할 때,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는 인구분포를 기반으로 하는 실효적인 국가아동정책 수립 및 집행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가 여전히 당연하지 않습니다.

부모가 진실한 내용으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 외”에는 아동의 출생사실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더욱이 난민 및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 허가자, 미등록이주아동의 부모는 자국 재외공관에 선뜻 출생신고를 하러 갈 수가 없습니다. 이때에도 국내법상 외국인등록을 하거나 예외적으로 특정신고서류편철장을 두고 신고수리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지만(「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69조), 한국국적 아동의 출생신고 절차보다 훨씬 접근하기 어렵고, 전산화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신분증명을 위한 확인서를 발급받기도 어렵습니다.


○ 인권의 출발점

출생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건강에 이상없이 성장하였다는 아동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건강한 신체의 그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 함께 뛰놀고, 때로 다투기도 하며 사회가 지향하는 규범과 관계맺음의 기술을 습득할 긴 시간을 잃어버렸습니다. 적절한 학습을 통해 스스로의 재능과 흥미를 발견하고 자아를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상당한 시간을 제한당했습니다. 우연히 큰 질병없이 성장했지만 다행인 결과일 뿐입니다.

# 은혜를 낳은 어머니 A씨(45)와 아버지 B씨(48)는 법적 부부가 아니었다. 은혜의 친아버지가 A씨 남편이 아닌 자신인 걸 입증하려면 복잡한 법적 절차가 필요했다. 적지 않은 비용도 들었다. B씨는 결국 은혜의 출생을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 (…중략…)출생신고가 안 됐으니 당연히 은혜에게는 주민등록번호가 없다. 한 번도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2017.03.14.자 동아일보 뉴스 “학교도 병원도 못 가봤다, 있어도 없는 ‘18세 유령 소녀’”)
http://news.donga.com/home/3/all/20170314/83309341/1

출생신고(출생등록)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 중 하나입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공적으로 그 존재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출생신고(출생등록)는 그 자체가 태어난 모든 인간의 “권리”이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살아가는 아동은 의료보장을 받을 귄리,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 기타 사회보장∙사회복지를 제공받을 권리에서 배제됩니다. 더욱이 그 사람의 진정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테니, 청소년노동,소년사법,이혼가정의 면접교섭권 등 아동기에 특별히 보장되어야 할 사회적 조치에서도 비껴납니다. 국가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인권의 박탈이 또다른 인권침해를 초래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제7조 제1항)과 자유권규약(제24조 제2항)은 “모든 아동이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확인합니다. 최근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이주노동자권리위원회와 함께 채택한 일반논평 제22호에서, “출생등록의 부재는 아동이 자신의 권리를 향유함에 있어 아동결혼, 인신매매, 강제징집 및 아동노동, 아동 가해자에 대한 기소 등 많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적하며, 당사국이 아동의 출생등록을 위하여 아동최상의 이익에 따라 유연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CMW/C/GC/4-CRC/C/GC/22/paras.20-22.)

그리고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지속적으로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도입을 위한 권고를 받아왔습니다.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에 합치되도록, 위원회는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사국에 촉구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이러한 과정에서 출생신고에 아동의 생물학적 부모가 정확히 명시되도록 보장하고 이를 확인하도록 촉구한다(CRC/C/KOR/CO/3-4/paras.36-37).

<2015년. 자유권규약위원회>
위원회는 대한민국에서 외국인들이 자녀들의 출생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자국 대사관에 가야 하며 이는 주로 난민 신청자, 인도적 체류자격 보유자 혹은 난민에게는 불가능한 방법이라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이 사실에 주목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아동의 출생등록이 부모의 법적 상태, 그리고 출신국과 무관하게 모든 아동들에게 허용되도록 보장해야 한다(CCPR/C/KOR/CO/4/prars.56-57).

<2017년. 사회권규약위원회>
위원회는 외국인 자녀들의 출생등록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가 외국인을 배제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한다.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모든 아동에 대하여 부모의 체류자격과 관계 없이 보편적 출생등록을 허용하도록 촉구한다(E/C.12/KOR/CO/4/paras.26-27).

제5-6차 국가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의 출생신고 제도를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신고

종종 병원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공공기관에 통보하게 하면 병원출산을 기피하여 산모(특히 미혼모)의 건강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입양을 위해 의무적으로 출생신고를 하게 하여 아동유기 등 아동인권에 더 큰 침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권리주체자이자 의무이행자이며, 다만 상황과 맥락에 따라 그 책임의 무게가 달리 발현될 뿐입니다. 인권은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 눈높이에서 그 균형을 찾습니다. 인권은 모든 개인적 주체의 존엄과 자율성이 존중되는 합의점을 찾고자 하는 공동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권리의 주장은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의무이행과 상응합니다. 이에 따라 아동은 출생신고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부모는 마땅히 그 책임의 무게를 부담할 의무가 있습니다. 미혼모/부에 대한 사회적 편견, 아동을 양육하기 어려운 경제적 곤란 등은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이행 조치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권리주체자의 권리가 존중된다는 것은 특정 개인의 권리만이 보장되고, 여타 사람의 권리는 배제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의무이행을 통한 상호권리존중이라는 선순환은 인권의 본질적 속성입니다.

그리고 보편적 출생등록 제도는 아동인권을 위한 우리 사회 공공의 책무성 강화와 실천의 첫걸음입니다. 태어난 직후의 권리로서,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되는 시작점입니다. 우리 모두 그 엄숙한 가치를 알아야 할 이유입니다.

◆ 칼럼의 이해를 돕기 위해 UBR 이슈브리프 및 국회토론회 자료집을 첨부하였으니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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