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조재옥(시립 수자인어린이집 원장) 국제아동인권센터 자문위원)

자문위원
작성자
InCRC 국제아동인권센터
작성일
2020-08-21 11:19
조회
333



코로나 19가 시작되어 지속되던 2월 중순의 어느 날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 휴원 명령을 발표했습니다. 전염병에 취약한 영유아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알기에 우리는 코로나 19 대응지침에 따라 긴급보육으로 전환하여 보육의 일상을 이어갔습니다.

휴원 이후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정에서 돌봄을 이어갔고, 가정 돌봄이 어려운 영유아들은 어린이집에서 돌봄을 지원하게 되면서, 어린이집 교사의 역할은 몇 배가 늘어났습니다. 등원하는 아이들의 안녕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가정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안녕까지 확인하고 관리하는 우리의 이중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 19로 바뀐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제가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코로나 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이었습니다.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걱정과 두려움을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지금은 그것을 애써 잊으려 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걱정과 두려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것임을 인정하고 나니, 또 다른 고민, 다시 말해, 달라진 일상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전과는 달라진 이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에 대한 점검으로부터 시작하여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그에 따라 어떤 실천을 해야 할지, 가정과 직장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떤 협력을 이루어야 할지.... 등등의 고민입니다.

그러기에 궁금합니다.

지금 여러분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코로나 19는 분명 저의 삶과 어린이집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먼저, 부모님들은 가정에서 자녀를 종일 돌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가정양육이 장기화되면서 양육의 스트레스와 더불어 현재 사회적 상황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가중되어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교사들이 안부를 묻고자 가정으로 전화하면 부모님들은 매일 자녀를 돌보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들을 때면, 우리로서는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리고 교사들은 등원하는 영유아들의 발열체크와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보육시간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고, 하루를 소독으로 시작해서 소독으로 마무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아이들의 손이 자주 가는 곳이나 현관과 같은 공용공간은 수시로 소독을 합니다.

예전보다 더 꼼꼼하게 아이들의 신체적·정서적 안녕을 살피고 확인하는 작업이 교사의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아이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이어지면서 아이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시간의 가정 돌봄을 마치고 어린이집에 등원한 아이들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개학 없이 오랜만에 등원하여 새롭게 바뀐 담임교사, 친구들, 교실환경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고군분투하며 적응해 갔습니다. 재원생들의 신학기 적응도 어려운 일이라면 어려운 일이었지만, 낯선 공간과 사람들 속에서 친숙한 양육자 없이 홀로 적응해 나가야하는 신입원아들의 어려움은 더욱 컸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당당히 이겨내고 현재 안정된 어린이집 생활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아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더불어 아이들의 적응을 위해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여 소통하고 지원한 교사와 부모의 노력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현재 코로나 19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느낄 가장 큰 어려움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루어지는 일과에 대한 적응과 더불어 의사소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상화된 마스크 착용은 교사와 영유아간의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넘어 때론 소통단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특히, 비언어로 주로 소통하는 영아들에게는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마스크가 교사와의 소통이 만리장성만큼이나 높은 장벽일 것입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아들은 교사가 자신의 말을 잘 이해 못하면 상황에 대한 설명, 몸짓, 눈짓, 다른 친구의 도움을 요청하여 소통합니다. 또한 영아들은 원하는 것을 눈으로 응시하거나 손으로 가리키기, 몸을 이동하여 가리키기 등 비언어적 사용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못 알아듣는 친구나 교사가 있을 때는 이들을 뒤로 한 채 가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행동이 포기인지 타인에 대한 배려인지 아이들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욕구를 나름의 방식으로 조절하며 적응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바뀐 일상에서 다양한 의사소통방식을 개발하며 자신의 의사나 욕구를 표현하고 때론 욕구를 스스로 조절하며 바뀐 상황에 적응해가는 아이들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우리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싶으세요? 저는 변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의 이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있는 것임을 더욱 실감하고 있습니다. 변화된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 어른들과 사회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할까요? 진지한 고민이 우리에게 필요할 때입니다.




본 칼럼은 조재옥(시립 수자인어린이집 원장) 국제아동인권센터 자문위원이 작성하였습니다.



본 칼럼은 베이비뉴스에 특별기고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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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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