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지와 아동인권: 옐로카펫을 통한 실천

작성자
InCRC
작성일
2017-11-06 13:45
조회
607
2017년 노벨경제학상은 ‘넛지(Nudge)’의 저자로 유명한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에게 돌아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듯,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뜻이지만 리처드 탈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은 그들의 저서에서 넛지를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새롭게 정의한 바 있습니다. 즉, 넛지란 강요나 강압이 아닌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리처드 탈러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기념하며 아동인권과 넛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옐로카펫 제작사진>

국제아동인권센터가 아동이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역주민, 전문가 등과 함께 시작하였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만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옐로카펫(Yellow Carpet)」, 많은 분들이 관련 기사에서 접했거나 길을 다니며 직접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옐로카펫은 아동인권과 넛지효과가 결합해 탄생한 결과입니다. 지금부터 옐로카펫에 담겨있는 아동인권과 넛지효과의 콜라보를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려 합니다.

첫째로, 길을 건너려는 아동(물론 성인도 포함)이 안전한 공간에서 기다리는 안전한 행동을 유도합니다.

7-9세 아동, 그 중에서도 남자 아동들은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뛰어가는 ‘직진본능’이 왕성합니다. 이는 갓난아이가 손가락을 빨고, 사춘기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발달적 특성은 이때의 아동들이 가장 많은 교통사고에 노출되는 원인이 됩니다.

옐로카펫은 아이들이 머무르고 싶은 안전한 공간을 조성함으로써(넛지효과), 스스로 기다리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보호를 위한 교육적 조치는 자율성과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멈춰! 가만히 있어! 여기서 기다려야지!”와 같은 강압적 통제보다는 아동의 발달적 특성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장려하고자 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옐로카펫이 설치된 경우에는 길을 건너기 전 인도에서 기다리는 점유율이 보다 높다는 연구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도로교통공단 2017). 아동들은 부모나 다른 성인의 것이 아닌 고유의 생명권을 가진 권리의 주체자입니다. 우리는 아동이 보다 긍정적인 생각과 안전한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임을 옐로카펫을 통해 기억하고자 하였습니다.

둘째는, 운전자 및 지역주민을 위한 아동인권과 넛지효과의 콜라보도 존재합니다.

운전자를 포함한 성인들이 유발하는 문제상황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어린이 보호구역이지만, 우리는 불법주차된 차량, 쌓아둔 물건이나 쓰레기, 차량 통행을 우선시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목격하게 됩니다. 이때, 옐로카펫은 운전자에게 이곳이 바로 속도를 줄여야 할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자연스레 알려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게는 어린이 보호구역이기에 깨끗하고 청결하게 유지해야 할 공간임을 알려주게 됩니다.

단속 및 CCTV 설치 등 어린이 보호구역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한 더 직접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옐로카펫은 단속이나 과태료 등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닌 아동을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였습니다. 실제로 한 지역에서는 늘 쓰레기가 버려지던 공간에 옐로카펫이 만들어지면서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이 쓰레기를 버리는 일도 줄었다고 합니다. 현재 전국에 옐로카펫을 펼치고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라디오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옐로카펫의 의미를 널리 알리는 노력에 집중하는 것도 “옐로카펫이 있는 곳은 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공간”임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마지막 세번째, 아동인권과 넛지의 콜라보는 바로 일하는 방식의 변화입니다.

이 변화는 가장 중요한 의도이기도 합니다. 옐로카펫은 많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어떻게 만들어지냐가 더 중요한 절차 중심의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공무원을 비롯한 부모, 교사 등은 아동과 함께 옐로카펫이 필요한 장소를 찾고, 옐로카펫을 만들면서, 아동 최상의 이익(Best interest of the Child)을 실천합니다. 아동 최상의 이익은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아동을 우선시하고 아동의 의견을 청취하며 그들의 의견을 비중있게 다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많이 개선되어 왔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그리 중요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옐로카펫은 그러한 아동들에게 귀찮지만 물어보고, 귀찮지만 함께할 수 있게 하여, 그것이 더 의미있고 지속가능하며 효과가 있는 것임을 경험토록 합니다.

2017년 10월 31일,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서울특별시 교통문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서울특별시 교통문화상 수상 사진 >

시상식에서 시상을 맡았던 김종욱 부시장은 한 스님과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시속 30킬로미터를 넘지 않으면 사람이 주인이고, 시속 30킬로미터를 넘어가면 차가 주인"이라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길의 주인이 사람이 아닌 자동차로 지내왔고,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소유하지 못하는 아동은 길에서 방치되어 왔습니다.

옐로카펫은 단순히 거리를 노란색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차량중심, 성인 주도의 세상에서 아동중심으로 아동친화적 사회가 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성인의 이익이나 편의가 아동의 생명과 인권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이 단순한 명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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