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동위원회 방문기

작성자
InCRC
작성일
2017-10-30 23:01
조회
886
2017. 10. 14. 오후 2시, 홍콩 의회(香港立法會) 건물(Legislative Council Complex)에서는 홍콩 아동위원회의 본회의(Hong Kong Children’s Council Meeting)가 개최되었습니다(사진1).


사진 1. 홍콩 아동위원회 본회의

국제아동인권센터는 현재 <법조공익모임 나우>의 지원을 받아 아동의회에 대한 실태조사 및 법∙ 제도개선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연구조사는 아동의회의 목적과 가치를 명확히 하여, 아동의회가 의회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목적과 가치가 실현되는 아동의회는 긍정적 참여의 장을 넘어 선거권 연령 인하, 관련 법규 개정, 아동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인식변화에 기여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아동친화도시를 조성하고자 하는 여러 지자체에서는 아동인권증진을 위한 참여의 장으로 아동의회(부산 금정구 어린이청소년의회, 서울 금천구 청소년의회, 충남 아산시 어린이청소년의회, 경기 화성시 아동의회 등)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국제아동인권센터는 이러한 아동의회가 형식적인 것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여러 지자체와 함께 아동의회 운영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을 담당하는 지자체 공무원 및 참여아동들은 아동인권이나 아동의회와 관련된 경험 및 정보의 부족, 인력과 예산의 한계 등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고,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아동의회가 실질적인 참여기구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홍콩방문은 다른 나라의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판단되어 추진되었습니다. 아동의회와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는 ‘홍콩 아동위원회’의 활동을 살펴보고, 참여아동 및 아동위원회 활동을 지원하는 NGO로부터 현실적인 조언을 얻기 위한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국제아동인권센터의 김희진, 김상원이 담아온 홍콩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 Hong Kong Children’s council

2000년, 홍콩은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10주년을 기념하여 아동인권 관련 행사를 기획하였다고 합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Against Child Abuse, Hong Kong Committee on Children's Rights, Hong Kong Committee for UNICEF 3개 기관은 아동대사(Child Ambassador)를 모집하였고, 12세-16세의 20명으로 구성된 아동대사들은 2001년 1월, 스위스를 방문하여 유엔아동권리위원회(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와 스위스 루체른의 아동의회 (Children’s parliament)를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이후, 이들 아동대사들은 홍콩에서도 아동참여의 기회를 확장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2002년, 정부와 의회의 지원을 받아 아동의 목소리가 들려지는 아동참여기구가 구성되었습니다. 아동위원회의 탄생배경입니다.

○ Hong Kong Children’s council Meeting

2017년 본회의는 기조연설(15분), 아동위원의 상호토론(20분), 의회의원 및 관련 정부부처, 시민사회 단체장 등 게스트의 공개 질의응답(20분) 순서로 엄숙하게 진행되었고, 다음과 같이 총 3개의 안건이 발의되었습니다.


각 주제와 관련한 홍콩의 상황이 어떠한지, 특히 각 근거법률 및 정책에 대한 아동 당사자의 생각은 어떠한지에 대한 기초조사를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제시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아동인권에서의 지향점뿐만 아니라 해외모범사례를 참고하여 구체적인 실현방안도 제안하였습니다. 참고문헌과 자료도 매우 충실하게 나열하여, 추가적인 이해를 도왔습니다.

기조연설 이후에는, 위원들 간의 날카로운 질의응답이 이어졌습니다. 제안사항의 논거가 부족하다거나, 예산확보방법에 대한 의문점, 현실적인 한계까지. 열띤 논쟁이 이어졌지만 모든 위원은 의장의 진행에 맞춰 회의에 참여하였습니다. 각 위원의 발언시간은 1분 내로 제한되어 있어, 발언시간을 초과하면 의장이 종소리로 제지합니다.

상호토론 이후에는 공개 질의 및 의견에 대한 위원들의 답변이 이어지고(사진2), 해당 안건에 대한 의결여부는 거수투표로 결정됩니다(사진3).


사진 2. 본회의장 오른쪽에 위치한 성인 게스트들의 질의응답 및 의견제시 시간


사진 3. 안건에 대한 거수투표 중

또한 아래 사진 속에, 한 위원이 노란 메모지에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모습 보이시나요(사진4)? 본회의 중에는 위원끼리 이야기할 수 없다는 규칙에 따라 쪽지를 전달함으로써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1명의 위원은 발언기회가 2회로 제한되어 있기에, 발언 기회를 모두 사용했을 경우에는 같은 팀 소속 동료위원에게 답변을 촉구하기도 하고 질문내용을 알리기도 한다고 합니다. 안건의 구체성 및 현실성을 확보하여, 의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인 셈이죠.


사진 4. 회의 중 쪽지로 의사소통하는 모습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본회의 의장(Chair Person)과 2017 아동위원회 대표(Representative of 2017 Children’s Council)가 구분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홍콩 아동참여기구의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진 5. 의장의 회의장 입실시 경의를 표하는 모습

○ Kid’s Dream

최초 아동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쌓은 아동위원들은 아동인권실현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모임의 필요성을 실감하였다고 합니다. Kid’s Dream은 2006년, 그러한 전직 아동위원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단체입니다. 2017년 현재, Kid’s Dream은 전직위원인 18세 미만 아동 및 이제는 성인이 된 회원 7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Kid’s Dream 홈페이지 http://www.kidsdream.org.hk)

Kid’s Dream은 아동인권 증진을 위한 대내외 활동을 수행하며, 특히 홍콩 아동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합니다. 예컨대, 아동위원회 선발을 위한 인터뷰는 Hong Kong Committee on the Children’s Rights와 Against Child Abuse의 성인 2명과 함께 Kid’s Dream의 아동회원 2명이 진행합니다. 또한 이들은 교육훈련과정의 조력자로도 참여합니다. Kid’s Dream의 성인회원 4명은 멘토로서, 아동회원 12명은 peer educator로서 본회의에 이르기까지 안건 도출, 조사, 발의안 작성 등 전 과정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매년 본회의 의장은 Kid’s Dream의 아동회원 중 선출됩니다. Kid’s Dream의 회원은 위원회를 경험한 자로서, 본회의 전 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즉, 회의의 원활한 진행을 책임질 수 있으며, 어떠한 발의안 팀에도 속하지 않은 독립된 존재로서 공평하고 공정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삼권분립제도에서 아동위원들이 의회 고유의 입법권이라는 역할을 습득하고 실천하기에 1년이라는 기간은 충분한 것일까, 단지 형식적인 행사에 끝나는 것이 아닐까, 발의에서 나아가 실제로 실천하는 과정까지의 연계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등 처음 아동위원회의 임기가 1년이라는 점에 품었던 의문은 Kid’s Dream의 이야기를 들으며 해소되었습니다. 아동위원회의 활동은 Kid’s Dream을 통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콩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학업부담이 굉장히 크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성인사회의 지원 아래 ‘아동의 의견을 말하고, 목소리를 듣게 하고, 실현가능한 방법을 찾는 과정을 경험한 아동들’은, 이제는 아동들 “스스로” 걸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사진 6. 홍콩아동권리위원회 출입문. 홍콩아동권리위원회는 Kid’s Dream과 사무실을 공유합니다.

○ 아동참여와 아동의 견해 존중

우리나라에도 아동의회를 포함한 여러 형태의 아동참여기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기본법 제12조에 따라 매년 “청소년특별회의”가 개최되고, 같은 법 제5조의2에 근거하여 각 지자체에 구성된 “청소년참여위원회”도 청소년의 자치권 확대를 목적으로 합니다. 2002년 UN아동특별총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우리나라 아동대표들의 요구에 따라 2004년부터 개최되고 있는 “대한민국 아동총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에 근거한 제도로 정착되지 않은 한계, 국회 및 정부부처의 인식부족과 그로 인한 예산확보의 어려움, 과도한 학업부담의 현실 속에 능동적인 아동참여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조력자의 부재, 사회전반에서 아동의 눈높이에 맞춘 아동인권에 대한 고민의 부족 등 아동의 목소리를 듣고 알리기 위한 플랫폼이 실질적인 의사표현의 기회로 활용되지 못해 아쉬운 현실입니다.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법률상 절차나 사회적 태도 모두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결정에 있어 아동 자신의 견해를 고려하지 않음에 우려를 표하며, 다음과 같이 권고한 바 있습니다.
- 위원회는 아동에게 자신의 견해를 표출할 권리를 보장하고, 아동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결정과정에 그들의 의견이 고려되도록 법 개정을 고려할 것을 대한민국에 권고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협약 제12조에 합치하여 아동권리를 이행할 것을 제시한 이전의 권고를 반복한다;
(a)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서 아동이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 개정 및 기타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것
(b) 아동의 견해표명과 의견청취권에 대한 교육정보를 일반 사회 및 아동관련 종사자들에게 제공할 것
(c) 아동의 의견청취권과 관련된 정책 등이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를 시행할 것
(d) 그리고 아동의 의견이 청취될 권리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논평 12호(2009년)을 고려할 것


일반적으로 사회의 의사는 성인의 관점에서 결정됩니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행정/사법/입법의 의사결정권자가 성인이기 때문이며, 발달과정에 있는 아동의 미숙함을 이유로 권리보장보다 보호를 위한 권리제한이 우선하는 문화도 그에 기여합니다.

그러나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이때, 아동보다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성인은 선택의 결과가 생각보다 나쁠 수도 있음을 조언함으로써 고려과정을 도울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의 무게는 선택을 해 본 사람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을 위한 고민의 과정과 필요성도 고심의 과정을 겪은 사람이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알고, 표현하며, 존중받은 아동들은 보다 성숙한 성인시민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탐구하고,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며, 해결방안을 모색한 이 아동들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방법을 계속하여 탐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홍콩 아동위원회의 치열한 토론과정이, 그 열띤 흥분을 계속하여 함께하는 Kid’s Dream의 존재가 참 부러웠던 이유입니다.

그리고 홍콩에 대한 감탄은 우리의 열정으로 담아왔습니다. 우리나라만의 아동참여기구는 어떤 형태가 좋을까, 아동에게 필요한 지원은 무엇일까, 나와 우리 사회의 역할은 무엇일까, 필요한 제도는 어떻게 구축되어야 할까. 계속된 고민의 결과는 마디마디 공유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이상 두 사람의 홍콩방문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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