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하여

작성자
InCRC
작성일
2017-09-15 11:05
조회
217
고성과 욕설이, 삿대질과 비난이 가득했다고 한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하여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2017.7.6. 제1차 주민토론회는 시작조차 못하고 무산되었고, 2017.9.5. 제2차 주민토론회도 서로의 입장차를 조금도 좁히지 못한 채, 장애아동 부모들이 무릎을 꿇는 것으로 끝이 났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가 두 달 만에 어렵게 열렸지만, ‘설계 공모 중단하고 원점부터 재논의하라’는 반대 측 주민들의 주장에 막혀 토론은 내내 공회전할 뿐이었다.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긴 토론은 결국 장애부모들이 “학교 짓게 해달라”고 무릎 꿇는 것으로 끝났다. (…중략…)
2017.9.11.자 비마이너 기사
http://beminor.com/detail.php?number=11335&thread=04r06

〇 차별과 배제로 기억된 공간

강서구 특수학교(이하 ‘서진학교’라 함) 설립이 고려되는 그 땅에는 이전에 ‘공진초등학교’가 있었다. 그런데 인근에 탑산초등학교가 개교한 이후, 공진초에는 소위 ‘빈곤한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만 남겨졌다. 학생들을 빼앗긴 학교는 정원을 이유로 마곡으로 이전되었고(2011년 행정예고), 2014년 8월 한시적 분교전환에 이어(6개월) 2015년 2월 28일 폐교되었다.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은 공진초 폐교를 반대했다. 가난을 이유로 배제하지 말 것을,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외쳤다. 그러나 이들은 서진학교 설립도 반대한다.
“이 아파트는 뛰어내리는 사람들(서울시의 ‘자살 다빈도 집중관리 지역’)로 넘친다. (…) 공진초 자리에 특수학교를 세우는 건 우리가 가장 약하고 만만하기 때문이다. 아예 울타리를 쾅쾅 쳐서 그 안에 우리를 가두는 일이다.”
2017.9.2.자 한겨레신문 기사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28&aid=0002378239

영구임대아파트 주민 중에는 공진초 폐교 반대에 서명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공진중(2016년 12월 공진중 마곡 이전도 교육부 심의 통과) 폐교 반대 논리 중 하나가 학교가 없어지면 탈북자 자녀가 많은 ⹃⹃학교와 합쳐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 내 딸(구로구 정진학교 통학)도 우리 안에서 배척될 수 있다는 생각에 폐교 반대 서명지를 돌려보냈다. 나는 서명 대신 ‘공진초가 폐교되면 특수학교로 전환해달라’고 교육청에 청원 메일을 썼다.”
2017.9.2.자 한겨레신문 기사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sid1=001&oid=028&aid=0002378239

가난해서, 장애가 있어서, 탈북자라는 사회적 신분이, “문제”가 된다. 우리 사회의 다름은 계속하여 나와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는 편견이 된다.


〇 우리 아이들을 위협하는 것

학교교육은 학생(아동)을 위해 존재한다지만, 정말 그러했는가.
학교가 사라지고 세워지는 과정 속에, 친구를 만나고 함께 놀 권리, 집과 가깝고 안정된 공간에서 학습할 권리, 무엇보다 저마다 소중한 존재로서 존중받을 아동의 권리는 얼마나 고려되었고 고려되고 있는가.

제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참혹한 인권침해를 경험한 전 세계는 1948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약속하며 세계인권선언을 탄생시켰다. 그러한 인권의 화두는 ‘평등’이었고, ‘비차별’이었다. 모든 사람이 어떠한 종류의 구분도 없이, 세계인권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모든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음을(세계인권선언 제2조), 그리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어떠한 차별 없이 똑같이 법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음을 확인하였다(세계인권선언 제7조).

차별받지 않을 천부적 인권은 세계인권선언 이후에 채택된 모든 국제인권규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으로 현존하는 아동의 보편적 권리를 확인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도 비차별의 권리를 명시하였고(제2조),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법 앞에 평등한 모든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며,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할 의무를 당사국에 부여한다(제3조, 제5조).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였으며, 장애아동이 장애, 연령, 성별 등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건강하게 생존하고 조화롭게 발달하며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책무가 있다. 장애아동은 다른 아동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존엄성을 보장하고 자립을 증진하며 그 아동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촉진하는 조건 속에서 완전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유엔아동권리협약 제23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7조 제1항).

이러한 조치들은 아동최상의 이익에 따라 고려되어야 하는바(유엔아동권리협약 제4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7조 제2항), 이들 협약이 정하는 장애아동 권리 이행의 핵심목표는 ‘장애아동의 사회통합’이다(CRC/C/GC/9/para.11).

장애에 대한 이해와 의미 있는 사회적 통합이 충분하지 못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비장애인으로 성장한 나는 장애인과 상호작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나름의 배려가 차별이 될까 염려하고, 생각지 못한 단어나 조심성 부족한 몸짓이 실례가 되거나 위험한 순간을 야기하게 될까 걱정한다. 장애의 특성을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 나의 무책임한 어떤 실수를 피하려는 행동은 때로 장애인을 기피하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 이것은 나의 문제이기도 하며,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장애아동의 사회통합’이 필요한 이유이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소통하는 방법을 학습하며 성장하고, 일상의 소소한 경험을 함께하며 성장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다름에 대한 낯설음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장애아동도 아동이고, 국민이며, 인간이다. 지금을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다.


〇 더불어 산다는 것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이에 따라 교육기본법은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제3조),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제4조 제1항).

이러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통상 국가에 의한 교육조건의 개선·정비와 교육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되고 있는데, 교육받을 권리의 보장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하고(헌법 제10조 전문)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 데(헌법 제34조 제1항) 필수적인 조건이자 대전제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현행 헌법규정(헌법 제31조 제1항 내지 제6항)은 교육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한편, 이를 실현하는 의무와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게 하는 교육체계를 교육제도의 근간으로 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 판시한 바 있다(헌재 1992. 11. 12. 89헌마88 참조).

즉, 아동을 포함한 학습자가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시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교육기본법 제4조 제2항), 장애인 및 특별한 교육적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5조)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교육기회의 평등과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교육체계와 교육내용을 추구한다. 특히 초⸱중등교육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다음 세대를 이끌어 나갈 사람을 양성하려는 것이므로 인간의 개성적인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실시되어야 한다(헌재 1999.10.8. 89헌마 89). 이 중요한 배움의 기회를 우리가 여타 이유로 반대할 수 있을까.

2011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아동권리 이행상황에 대한 심의 결과, 특히 장애아동의 권리에 관한 위원회의 일반논평 9호(CRC/C/GC/9)를 고려하며, 다음과 같은 권고의견을 시행할 것을 촉구하였다(CRC/C/KOR/CO/3-4, para.51).
- 모든 장애아동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라.
- 장애아동의 교육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장애아동이 교육을 용이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특수교사의 수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며 교사와 감독관에 적절한 훈련을 제공하는 조치를 더욱 강화하라.
- 「장애인 등에 관한 특수교육법」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행하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충분한 예산 및 인력을 지원하라.
- 가능한 경우 장애아동이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


또한 2015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의견에 따라, 일반학교의 통합교육 환경에서 장애학생이 인권침해와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개개인의 교육적 욕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적절한 기반을 구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지금도 각종 문제는 계속되고 있지만, 분명 우리 사회는 계속하여 고민하고 노력하며 성장해왔다. 그리고 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이고 인간적인 사회는 상호존중과 너그러운 이해를 위한 노력 속에 가능하다. 그러한 사회에 배제될 수 있는 “인간”은 없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제2차 주민토론회 기조발언에서 “교육청은 미래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기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게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장애아동이 살아있는 자로서 그 삶을 자율적으로 책임 있게 살아갈 수 있기 위하여, 공부하고 성장할 권리를 지원하는 것, 이는 교육청만의 책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장애는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장애아동의 성장을 지원할 의무는 아동의 보호자만이 짊어져야 할 짐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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