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관점으로 본 아동학대: 무엇이 문제일까?”(주소영(맑은아이상담센터 소장)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사)

칼럼
작성자
InCRC InCRC
작성일
2021-06-17 10:30
조회
3824

인권관점으로 본 아동학대: 무엇이 문제일까?”

 상담 현장에서 보면 아동의 문제행동은 아동 자체의 원인보다 오히려 부모의 잘못된 기대와 그릇된 양육방법, 가정 내 다른 문제들과 섞인다. 몇 년 전 엄마를 때리는 행동과 틱, 또래관계 문제를 보인다는 아이가 상담실에 왔다. 상담하는 동안 아이는 더 어린 날 부모에게 자주 맞았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무서워했다. 아이는 이제 5학년이 되니까 학교에서 아동권리에 대해 배웠다면서 자기는 복수를 할 것이며, 권리를 찾고 자신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아이의 부모는 원가족 갈등, 부부 갈등, 부의 음주, 모의 우울증과 같은 가정 내 문제들을 아이 때문이라고, 아이 문제로 치부했다. 부모에게 아이의 공포와 상처를 설명하고, 자녀를 때리는 것은 아동학대, 범죄라고 설명하자, 부모는 아들을 사랑하는데 왜 학대하겠냐, 부모가 자식한테 그 정도 권한도 없느냐, 버릇없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놀랍게도, 이 부모는 자녀를 학대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동학대는 뉴스가 되는 심각한 수준 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알려지지 않고 어른들이 학대라고 자각하지 못한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아동학대는 가정사라서 관여할 수 없는 일이거나, 부모가 몰랐다고, 음주상태라고, 심신미약이라고,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그냥 넘겨도 되는 일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이다. 학대받는 아동이 있는 가정의 양육자는 통제적, 적대적이면서 자녀에게 책임 전가(“말을 안 들어서~”)하고 방치(“잠깐 집을 비웠을 뿐~”)하거나, 가해자로서의 죄책감 부족, 합리화시키거나, 책임부인(”어쩔 수 없었다”“나만 그러냐, 다 그러고 키우더라”), 가해부인(”심하게 때리지 않았다”“벌을 줬을 뿐”), 피해부인(”상처라고 생각할 줄 몰랐다”), 상위가치에 호소(훈육, 체벌: “다 잘되라고 그랬다”)하는 특성을 보인다. 또 그들은 자기조절능력이 부족하고 권력형 사고를 지니며, 아동의 권리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왜 많은 양육자는 자신의 행동이 학대 가해 행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할까? 그건 아동을 어른에게 예속된 위치에 놓고 보는, 아동에 대한 관점의 근원적 문제에서 출발한다. 야누시 코르착(Janusz Korczak)우리는 어른으로서 아이를 올려다볼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의 어른들은 아이를 내려다볼 뿐 아니라, 무시하고, 공포를 느끼도록 위협하고, 은근히 모욕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통제한다. 그것도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런 어른들이 사는 세상은 가부장적 위계질서, 경쟁적인 교육이 강조되며, 폭력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갖고 있고, 곳곳에 위험이 늘렸으며, 도덕적 나침반이 없다. 그것이 가혹한 양육, 통제적이거나 방임적인 양육-아동학대를 가능하게 하는 인식의 밑바닥이다.

부모교육을 할 때마다 부모-자녀 관계는 평등한 관계인가?”라고 묻는다. 이 질문을 받은 대부분 부모는 질문 자체를 의아해하며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세계인권선언에서 천명한 권리의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평등권이다. 따라서 부모-자녀 관계 역시 평등하다가 답이다. 평등하다는 말은 모든 아동이 천부인권을 가지며, 차별 없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여 우리는 존엄성의 평등권을 사회 가치로 내면화하도록 집단지성을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생활에서 부지불식간에 행해지는 학대 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 이제 겨우 시작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공익광고는 학대에 대한 신고와 관심을 말하지만, 이보다 먼저 아동과 성인이 동등한 인격체임을 강조해야 한다. 아동권리협약, 긍정적 훈육에 대한 구체적, 실질적 정보를 담은 콘텐츠를 배포하고, 지속해서 공공연히 알려야 한다. 언론매체와 더불어 소셜서비스 등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동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람들은 자신이 부여하는 가치, 신념에 따라 행동하므로, 모든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아동권리에 기반한 신념과 가치체계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부모와 아이는 인권-아동권리에 대해 함께 공부했다. 인권관점의 핵심은 상호존중이다. 권리는 서로에게 존중과 관용으로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권리는 기술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인간다움을 위해 필요한 법적, 윤리적 명령을 제공하고, 생존을 위한 물리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필요와 관련된다. 그러므로 이 필요를 제일 먼저 제공하는 부모는 자신의 가족을 인권기반 관계로 형성해야 할 윤리적 의무를 지닌다. 이것을 알게 된 부모는 잘못된 훈육에 대해 반성했고, 아이는 아동권리를 배우지 못하고 자란 엄마아빠의 어린 시절이 불쌍하다며 자신의 부모를 이해했다. 그들은 서로 사과하고 용서했다. 그리고 갈등과 상처로부터 인권이란 배움을 얻은 가족은 희망의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갔다.

 본 칼럼은 주소영(맑은아이상담센터 소장)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사께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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