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엔? 소년전문법원도요!

작성자
InCRC
작성일
2017-08-03 12:33
조회
202


"법원이 전문법원제를 순차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가장 시급히 검토해야 하는 것이 노동법원“
http://v.media.daum.net/v/20170705183853145?rcmd=rn

최근 노동법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법관 후보자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고용관계가 복잡해져가는 산업사회 구조에서 특수한 위계질서를 전제하는 노사관계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법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입니다.

오늘날 사회는 규모의 확장과 더불어 개별·구체적 영역의 특성에 따라 각 전문분야가 점점 세분화되고 있으며, 이해관계에 관련한 다툼과 분쟁해결을 위한 사법판단도 보다 정교한 고려과정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정법원, 특허법원, 행정법원에 이은 회생파산 전문법원 설립이 그러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으며, 근로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노동법원이 필요하다는 대법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데 노동법원 외에도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에 시급히 요청하는 전문법원이 있습니다. 바로 ‘소년전문법원’입니다.

소년전문법원. 혹시 들어보셨나요? (이때의 ‘소년’이란 형사범죄행위를 한 아동을 의미합니다. 우리 소년법 제2조는 ‘이 법에서 “소년”이란 19세 미만인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년전문법원은 형사법규를 위반한 아동에 대한 사법적 처분 또는 사법외적 처분을 결정하며, 이는 일반형사절차와 구별됩니다. 성인과 다른 아동의 특수한 지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기본적 인권을 존중받으며 책임감 있는 사회적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 태도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아동의 재사회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독일은 소년범죄학적 기초분야의 지식과 능력, 소년과의 교류에서 특별한 인적 적합성을 모두 갖춘 법관들로 구성된 소년법원을 두어, 법률에 반하는 범죄행위를 한 아동에 대한 특별한 사법절차를 마련하고 있습니다.1 프랑스도 일반형사법원과 다른 소년특별법원을 두고 있으며, 미국에도 주(州)법원으로 가정법원(Family Court)과 구별되는 별도의 소년법원(Juvenile court)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 소년법 제1조도 “이 법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고 명시하며, 소년사법의 목적은 단지 응보에 있지 않음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소년법원이라 불리는 법원은 전국 6개 가정법원(서울·부산·광주·대구·대전·인천) 및 가정법원이 없는 지역의 지방법원 소년부입니다. 여기에서 범죄행위나 사회규범이 정하는 비행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만 19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소년보호재판을 관할하고 있습니다. 일반 민사·형사·가사재판 전반을 관할하는 각 지방법원이 아동의 특성을 고려하고 아동의 사회복귀를 위한 적절한 지원과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소년사법의 이념을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정법원 역시 가사재판2, 가족관계등록사무와 가정보호재판3·아동보호재판4까지 성격과 특성이 다른 다수의 재판들을 아울러 관할합니다. 가정법원으로 독립되는 과정 속에 업무환경과 조직 구성원의 역량은 점차 개선되어 왔지만, 여전히 광범위한 업무범위 및 부족한 인력, 순환보직제를 취하는 법관인사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소년사법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에는 그 전문성과 역량이 아쉬운 현실입니다.5 간략히 정리하면 말 그대로 소년보호재판을 ‘관할’하고 있는 것이지, 국외 사례처럼 소년보호재판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년전문법원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재심’은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범인으로 기소되어 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15세 아동이었습니다. 그는 경찰의 불법수사와 폭력을 견디지 못하여 ‘허위자백’을 하게 된 결과, 무려 10년의 자유를 박탈당해야 했습니다.

<살인범 몰려 10년 옥살이한 ‘소년’ “난 죽이지 않았어요”>
- 범인이 아니라면서 왜 그때는 범인이라고 스스로 자백했나요?
“그건 (폭행을) 안 당해본 사람이니까 그렇게 묻는 거예요. 저는 지금 그 순간이 다시 와도 아마 제가 택시기사 죽였다고 자백할 거예요. 아무도 저를 믿어주지 않고 그렇게 경찰에게 폭행당한다면…. 그 지하실 방은 정말 들어가는 순간부터 공포심이 생겨요. 누구 하나 여기서 맞아 죽어도 모르겠구나 그 생각뿐.”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01713.html

헌법 제12조 제7항 및 형사소송법 제309조뿐만 아니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 제14조 제3항(g), 고문방지협약 제15조, 유엔아동권리협약 제40조 제2항(b)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국제인권규약은 불리한 진술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건 당시에는 허위자백의 증거능력이 제대로 검토되지 못한 채, 위와 같은 비극이 초래된 걸까요?

형사미성년자6 연령 이상인 만 14세부터 만 19세 미만인 아동은 소년보호재판을 받을 수도 있고, 일반 형사재판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소년법 제48조). 양자는 재판을 관할하는 법원도 다르고, 재판절차 및 처분에 따른 전과기록 유무7도 다릅니다. 각 절차와 효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범죄행위에 대한 재판관할은 검사와 판사의 재량에 의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소년법 제49조 제1항은 “검사는 소년에 대한 피의사건을 수사한 결과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사건을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구소년법 제49조 제1항 “검사는 소년에 대한 피의사건을 수사한 결과 벌금이하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이거나 보호처분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사건을 관할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고 정하며(검사선의주의), 같은 법 제50조는 “법원은 소년에 대한 피고사건을 심리한 결과 보호처분에 해당할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결정으로써 사건을 관할 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구소년법 제50조 “법원은 소년에 대한 피고사건을 심리한 결과 벌금이하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이거나 보호처분에 해당할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써 사건을 관할소년부에 송치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 역시 “소년에 대한 피고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그 결과에 따라 보호처분에 해당할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재량에 의하여 판정될 사항”이라고 판단합니다.8

이렇듯 검사와 판사의 결정이 아동의 법적지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침에도 불구하고, 보호처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은 부재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판단은 오롯이 그들의 전문성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법원·검사·경찰을 비롯한 법원조사관·집행관·보호관찰관 등 관련 종사자가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에 따른 특성 및 신체적·심리적·정서적·사회적 발달과정에서의 개별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고려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 태도를 갖추었는지 검증하기 위한 기준은 물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아동인권교육훈련 등 제도적 조치는 아직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동은 지식과 경험의 한계로 인해, 상황전반에 대한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며 외부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경직된 사법절차와 위계구조에 있어, 구금상황 등 낯선 환경은 아동의 두려움을 극대화 시킬 수 있습니다. 때로 아동의 심리적 위축에 따른 서툰 반응은 의심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 진실이 아닌 내용을 자백하게 만들기에 보다 용이할 수 있습니다. 이에 협약 제40조 제2항(b)(ⅲ)은 “형사피의자나 형사피고인이 된 아동은 법에 따라 공정한 심리를 받을 수 있는 권한있고 독립적이며 공평한 기관이나 사법기관에서 신속한 판결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때 특별히 아동최상의 이익이 아니라는 판단이 없는 한 아동의 나이나 상황, 부모나 후견인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사실을 말해주면 바로 집으로 보내주겠다.”는 보상 또는 더 가벼운 형벌이나 석방이 약속될 때 아동의 허위자백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설시도 이를 뒷받침합니다(CRC/C/GC/10/para.57).

즉, 위 사건은 사법절차에 편입된 아동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동이 행한 자백의 자발성과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 해당 아동의 연령과 발달수준, 심문방법과 조사기간, 과정 전반에 있어 부모 또는 법정대리인 등 심리적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성인 조력자의 동석여부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충분한 고려가 있었다면, 허위자백에 따른 부당한 판결은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소년사법을 포괄하는 형사사법은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인권보장을 통한 실체적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억울함이 없는 사회정의 실현도 그 목적으로 합니다.9 하지만 성인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사회구조에서, 특히 형사법령에 위반되는 행위를 행한 아동은 더욱이 주류에서 배제되고 소외되기 쉽습니다. 형사사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의 원칙들이 아동들에게는 때로 ‘보호’를 명목으로 생략되기도 하고, 음주⸱흡연⸱가출 등 지위비행의 경우에도 성인과 다른 연령을 이유로 사법판단의 적용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형사재판과 다른 소년사법이라는 특수한 체계가 필요합니다. 아동은 사법체계 내에서도 성인과 달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아동 최상의 이익을 존중받으며, 충분한 기회와 배려 속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로써 생존과 발달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이들 특별한 상황에 처한 아동의 권리는 사회전반의 지원을 특히 필요로 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법에 반하는 행위를 한 아동에게 인간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의식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처우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제40조 제1항)하는 것도 자유사회에서 개별적 삶을 책임 있게 영위할 수 있는 성장과정을 지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아동의 인권과 법적 보호조치를 받을 권리는 존중되어야 마땅합니다. 공정한 과정 속에 자신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이 존중받는 경험을 하지 못한 아동에게 타인을 존중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사법집행 과정은 성인과 다른 아동의 연령과 발달과정에 따른 특성을 알고, 그에 관련한 의학·심리학·교육학·사회학 등 전문분야에 대한 기술적 지식이 있으며,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아동 최상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 조성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아동이 인격적으로 충분히 존중받는 성장환경은 사회 전반의 긍정적 영향으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아동인권 실현을 위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이행은 아동의 인격, 재능,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완전하고 조화로운 발달을 촉진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전문 및 제6조, 제29조). 배움과 경험을 통한 성장과정에 있는 아동의 사회상규와 법규에 반하는 행위는 사회적 환경과 구조에 따른 영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가와 지역사회는 발달과정에서 계속하여 변화하는 아동의 능력( evolving capacity)을 신뢰함으로써, 이들의 사회복귀와 사회통합을 위한 체계를 마련할 의무가 있습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협약 제40조에 근거한 아동인권보장을 위한 종합적인 소년사법 정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➀ 청소년기 아동의 비행 예방을 위한 조치, ➁ 중재/다이버전 등 대안적 조치, ➂ 법을 저촉한 아동의 형사책임 연령에 대한 고려, ➃ 공정한 재판의 보장, ➄ 형사처분, ➅ 미결구금과 기결수감을 포함하는 자유의 박탈과 관련한 사항, ➆ 소년사법에 적합한 조직체계 구축, ➇ 아동인권 및 협약에 대한 인식제고와 교육훈련에 대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CRC/C/GC/10).

국제사회에서도 소년사법과 관련하여 다양한 논의과정을 통해 도출된 기준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동의 조화로운 성장과정에 책임을 부담하는 의무이행자로서 성인과 지역사회, 국가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롯하여 소년사법체계에 필요한 특수한 내용을 상세히 제시한 「소년사법운영에 관한 유엔최저기준 규칙(UN Standard Minimum Rules for the Administration of Juvenile Justice)」, 「소년의 비행방지를 위한 유엔지침(UN Guidelines for the Prevention of Juvenile Delinquency)」과 아동의 자유박탈은 최후의 수단으로, 예외적으로 적절한 최소한의 기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자유를 박탈당한 소년의 보호에 관한 유엔규칙(UN Rules for the Protection of Juveniles deprived of their Liberty)」 등이 그것입니다. 아동친화적인 소년사법체계는 사회의 긍정적 발전과 비용절감에 기여하며, 이를 위한 범세계적인 공감대 형성과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아동의 특수한 지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아동최상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는 포괄적인 소년사법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할 것이며, ‘소년전문법원’이라 개념지울 수 있을 전문법원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우리나라의 아동권리협약 이행에 관한 제3-4차 심의에서 “대한민국 전역에 충분한 인적·기술적·재정적 자원을 갖춘 소년전문법원의 설립을 촉구(CRC/C/KOR/CO/3-4/para.31)”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5-7차 심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평하고, 결과는 공정한 사회’로 가꾸어 나갈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 형성될 안정된 가정환경,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사회, 법규를 준수하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사회는, 무엇보다 그 가치와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이 존재할 때 가능합니다. 소년범죄의 중대성과 재범률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요즈음, 더욱이 소년전문법원 설립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전문법원에 대한 논의와 함께 소년전문법원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도 진전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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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소년법원법 제36조, 제37조 참조
[2] 가족 및 친족관계에서 발생하는 법률상 분쟁을 다루는 재판
[3] 가정폭력 사건에 관한 재판
[4] 아동학대 사건에 관한 재판
[5] 김성은(2017), 소년전문법원의 설립과 운영방안, 법학논총, 41(1), 441-464.
[6] 형법 제9조
[7] 소년법 제32조(보호처분의 결정) ⑥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
[8] 대법원 1991.1.25. 선고 90도2693 판결
[9] 대법원 2002.10.25. 선고 2002도429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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