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과 아동인권

작성자
InCRC
작성일
2018-01-22 16:07
조회
493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s for the Promotion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이하 NAP)은 국가가 자국의 인권문제를 파악하고 사회 각 분야의 구성원들과 협력하여 인권문제를 실천적으로 해결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1993년 비엔나 국제인권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비엔나 선언과 행동계획(전문, 선언 본문 39항목 및 행동계획 100항목)”은 인권을 보장하고 증진할 국가의 책무를 확인하며 NAP 수립을 제시합니다.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NAP를 수립하고 이행함으로써,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인권기준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UN은 5년 주기로 정부가 시민사회 및 국가인권위원회와 협의하여 NAP를 수립하고 이행한 후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도 5년 단위로 제1차 NAP(2007~2011), 제2차 NAP(2012~2016)를 수립한 이후, 현재 제3차 NAP(2017~2021) 수립을 위한 과정에 있습니다.

법무부는 2018년 4월경 NAP 수립을 목표로, 분야별 간담회를 통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NAP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알려왔습니다. 위 계획에 따라 2018년 1월 5일부터 2018년 3월 30일까지 각 분야별 관계기관과 시민사회단체의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으며, 국제아동인권센터도 여러 간담회 중 2018. 1. 19. 진행된 「가족․여성 및 아동․청소년, 참정권 분야」에 다녀왔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위 NAP 수립을 위한 간담회에서 제시된 추진과제와 관련하여, 한계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려 합니다.

1) 아동과 청소년 본인의 의견을 표시할 자유 보장(여성가족부)
간담회의 첫 시작에서,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이 참여하는 청소년참여기구 운영을 지원하고자 하며 특히 청소년참여위원회 및 청소년운영위원회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위 ‘지원’이 예산지원에 한정되는 것인지, 의견수렴을 위한 적극적인 고려를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전략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참여 및 의견청취권’은 의사표현이 가능한 연령이나 비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에 장애아동이나 영유아와 관련된 사업이나 제도, 정책에서 이들의 참여 및 의견청취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도 요구됩니다. 참정권 보장을 위한 선거권연령 하한, 정당가입 및 결사의 자유 보장, 사법절차에서의 의견청취권 또한 추가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입니다.

2)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가입 추진(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는 선언적․개괄적 내용을 제시하는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의 특성상 국내 이행을 위한 이행입법이 필요한데 입법과정이 쉽지 않고,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언제 통과될지 모른다는 한계를 밝히며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수 없음에 이해를 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협약 비준과 법․제도 정비과정은 모두 입양에 대한 공적책무 강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언제 협약을 비준하고, 언제 이행법률안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이 아닌, 아동최상의 이익을 위한 입양의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한다는 명확한 방향성은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3) 보육취약지역 위주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보건복지부)
단순히 전국 단위의 개소 확충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지자체와 어떻게 협의할 계획인지 등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며, 이때 늘어날 어린이집과 함께 양질의 보육을 위한 고려도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 보육환경은 보건복지부 소관 어린이집과 교육부 소관의 유치원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6세 미만 취학 전 아동은 어린이집 보육대상이며(「영유아보육법」 제2조),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는 유치원 교육대상에 해당합니다(「유아교육법」 제2조). 각 제도에 따른 지원금이 일관적으로 마련되고, 장기적으로 유․보통합을 위한 실천적인 전략 또한 필요합니다.

4) 가정폭력․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확충 및 대상별 맞춤서비스 추진(여성가족부․법무부)
피해자 및 그 가족에 대한 보호․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확대하고, 특히 장애인 성폭력피해자 지원 강화를 위한 계획이 제시되었으나, 아동에 대한 고려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동학대 역시 가정폭력․성폭력의 한 형태이며, 여성 및 장애인에 대한 지원과 별도로 피해아동을 위한 지원조치는 별도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더욱이 현재 아동성폭력의 경우 여성가족부 산하의 해바라기센터, 보건복지부 산하의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이원화되어 있어 행정절차를 이유로 조속한 개입을 어렵게 하며, 이때에도 대상아동․청소년(「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2조 제7호, 제38조)의 경우에는 성매매 행위로 분류되어 적절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아동보호를 위한 통합적 사례관리 및 종사자들의 전문성 증진을 위한 방안 또한 요구됩니다.

5) 아동학대 신고 활성화 및 피해아동 보호․지원 강화 (보건복지부)
유엔아동권리협약은 그 전문에서 가정은 사회의 기본적인 집단이며 특히 아동의 발달과 행복을 위한 자연스러운 환경이므로 공동체 안에서 가정이 본연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보호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확인하였습니다. 아동은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해 가족적인 환경과 행복, 사랑과 이해 속에서 성장해야 함을 인정하였으며, 아동보호를 위한 원가정 지원 원칙은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입니다(「아동의 대안양육에 관한 지침」 참고). 즉, 아동학대 신고는 다양한 이유로 불안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일차적 조치이며, 그 신고의 목적은 공적지원을 통한 가정의 기능회복에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관리 등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위한 모니터링과 아동관련 종사자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아동인권민감성이 증진될 필요가 있습니다. 아동학대라는 범죄의 색출과 처벌강화, 아동분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추가적인 고려가 요청되는 사안이었습니다.

6) 위기청소년 비행예방기능 강화(법무부)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가족, 지역사회, 또래집단, 학교, 직업훈련 및 직업환경, 자원봉사단체 등을 통한 모든 아동의 성공적인 사회화와 복귀를 촉진하는 예방정책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합니다(CRC/C/GC/10/para.18). 이에 법무부는 비행예방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이버범죄 예방, 스마트폰 중독예방 등 비행유형별 전문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중독이 비행일까요? 유독 우리 사회는 청소년이라는 지위를 이유로 성인의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행위를 범죄 또는 교정이 필요한 범죄 유사행위로 간주합니다. 「소년비행방지를 위한 유엔지침(리야드 가이드라인)」 제56조는 “청소년과 관련한 낙인찍기, 희생양 만들기, 범인 취급을 받게 하기 위해, 성인이 행할 경우에 범죄로 간주하지 않거나 처벌하지 않는 행위를 청소년이 행할 경우에도 범죄로 간주하지 않거나 처벌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보호․교육․선도의 대상이라는 관점을 벗어나, 성인과 다르지 않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다만 아동이 개인적이고 책임 있는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우리 사회 공공의 책임을 환기할 필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 아동유기, 불법입양(아동매매) 등 대책 마련(법무부)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권고와 필요성은 지난 UPR 간담회에서도 여러 차례 제시되었으나, 국내 아동을 위한 출생신고 제도는 문제가 없으며, 외국인․이주아동에 대한 출생등록은 외국인 관련 부서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법무부의 대답은 여전히 실망스럽습니다. 더욱이 가족관계등록 편제에 따르는 우리 법제상 보편적 출생등록에 관련한 관할부처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는 법무부의 답변은 더욱 아쉬웠습니다.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아 입법․행정․사법의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권력기구는 가능한 모든 사람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현존하는 법․제도는 가능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법과 제도가 부재하면 인권의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마련할 책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출생사실을 공적으로 기록하는 절차’에 대한 제도가 부재한 결과 아동인권이 근본적으로 침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베이비박스에 유기되는 아동을 ‘영아 유기’로 처리하지 않는 현행 경찰청의 수사관행을 비롯하여 아동의 출생․사망에 대한 정확한 통계구축 이전에 속인주의/속지주의를 우선하는 정부에게, 기본적 인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요청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여성 및 청소년, 참정권 분야」의 개별 추진과제에 대한 논의를 넘어 근본적으로 아쉬운 점은 아동에 대한 제한적 관점의 한계였습니다.
예컨대, NAP는 저희가 다녀온 간담회 분야를 비롯하여 다음과 같이 18개 분야로 나누어 과제별 추진계획을 수립합니다.

*생명권, 신체의 자유, 범죄 피해자 분야 / 인격권․프라이버시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분야 / 가족․여성 및 아동․청소년, 참정권 분야 / 교육부 소관분야 / 고용노동부 소관분야 / 장애인 분야 / 사회복지 및 보건․건강, HIV․ADIS 감염인 분야 / 식품, 의약품 및 제품 안정성 분야 / 문화, 예술 및 과학 분야 / 환경권 분야 / 주거권 및 이동권 분야 / 양심적 병역거부․군인권 분야 / 노인․고령자 분야 / 외국인, 이주 및 및 재외동포․난민 분야 / 차별금지 분야 / 북한이탈주민 및 북한인권 분야 / 국제인권규범 이행 및 국내외협력 분야 / 기업 인권 분야

그러나 아동에 대한 논의는 가족․여성 및 아동․청소년에 그칠 수 없습니다. 신체의 자유 영역은 소년법에 따른 보호소년․위탁소년의 인권보장을 위한 조치를, 의무교육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학습과정을 관할하는 교육부 소관 분야는 대부분의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입니다. 고용노동부 소관 분야는 직업교육훈련․현장실습 및 근로상황에 있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조치를 제시하고 있고, 장애인 분야, 외국인 분야, 그리고 사회복지 분야, 문화․예술 및 과학 분야에서도 아동에 대한 고려는 아동최상의 이익에 입각하여 제시되어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기업과 인권분야에서 아동인권에 대한 민감성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해당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기관은 법무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에 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및 행정안전부의 협의가 없이는 중앙․지방정부에서 아동관련 정책 시행을 위한 적절한 예산이 수립될 수 없으며, 아동의 알권리․사생활 보호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아동기의 특성상 자연환경, 생활환경은 성장과정에 있는 아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바 환경부 또는 국토교통부의 정책 수립은 아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대중문화를 비롯한 사회문화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책무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관계부처간 의견 조정 및 그 정책의 이행을 감독하고 평가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소속으로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두고 있으며(「아동복지법」 제10조),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각 부처와 분야로 분절된 사업과 행정체계의 유기적 연계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아동을 위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고민하기 위하여는 최소한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 포함된 부처 모두의 협력이 필요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동은 가족의 구성원이며, 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이기도 하지만,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재하는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동기의 부족한 지식과 신체적 능력을 지지하고 지원할 책임은 성인 및 사회, 국가가 공동으로 부담합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마주한 정부의 아동인권 보장을 위한 계획은 각 분야에 분절되어 제시된 결과, 행정의 통합적 시행과 사회 각계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었습니다.

본 간담회를 통해 아동인권에 대한 이해와 필요성이 조금이나마 정부부처에 전달될 수 있기를, NAP 각 분야에 나뉘어 제시한 아동에 대한 협소한 인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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