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아동인권, 우리 사회의 책임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성>

작성자
InCRC
작성일
2017-07-18 15:02
조회
222


요즈음 우리 사회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개인정보’에 특히 민감합니다. 인터넷망과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미디어의 영향력은 점차 강화되어 왔고, 그와 함께 노출되고 이용되기 쉬운 개인의 사생활과 사적 정보를 보호할 필요성도 점점 커져왔기 때문입니다. 노출된 개인정보인 주민등록번호를 정정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현행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최근 결정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합니다.1

또한 자신에 관한 개인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기본권으로 존재합니다.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지난 4월 27일, 도지사가 관할 지역에 거주하는 아동의 면담요청에 직접 응하였다는 내용의 기사가 훈훈한 미담으로 보도되었고, 해당 기사에는 ‘멋진 도지사’ 등의 댓글도 여러 개 달렸습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지역주민임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어려서, 성인보다 경험이 부족해서, 그래서 생각이 짧아서, 또 투표권이 없어서’ 쉽사리 배제되는 아동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도지사의 행동은 충분히 재조명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나주세요" 초등생 요구에 선뜻 응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중앙일보 2017.04.27. 10:20)

지난 17일 오후 6시35분.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개인 이메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안희정 도지사님께 부탁드립니다’는 제목으로 충남 태안OO초 이##(12)양이 보낸 메일이었다. (…중략…)
안 지사와 이양의 면담은 이메일을 주고받은 뒤 9일 만인 지난 26일 성사됐다.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도지사 접견실에서 진행된 면담에는 이양을 비롯해 전혜성·윤소연·이윤하양 등 태안OO초 6학년 1반 4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이하 생략)
http://mnews.joins.com/article/21519484#home

그런데 위 기사의 원문에는 아동의 학교, 학년과 반, 나이, 이름, 아동의 얼굴이 공개된 사진 모두가 나타나 있습니다.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기사는 아동의 동의를 받아 보도되었겠지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취재를 하는 언론은 보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2더욱이 현행법상 언론보도에 대한 정보주체자의 동의가 있었다면, 형사범죄에 위반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보주체의 동의만으로 언론에 공개되는 개인정보 이용이 무조건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공적인물이 아닌 성인에 대한 기사들은 당사자의 근무지, 거주지 등이 삭제되어 보도됩니다.3 언론보도에 응한 대상자의 의사를 존중해서일 수도 있고, 취재담당자가 개인정보 노출이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 영향을 조금 더 의식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위 기사처럼 아동을 내용으로 하는 기사들은 당사자에 대한 많은 내용이 너무도 쉽사리 공개되는 현실입니다. 대중에 공개된 개인정보가 악용되어 아동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은 성인과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아동이 지닌 특수성으로 인해 더 크고 장기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에도, 언론을 비롯한 사회의 인식은 그리 민감하지 못한 듯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사생활이 존중받을 권리4를 포함하고 있으며, 안전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권리를 향유하며 성장할 권리를 명시합니다. 부모나 가정뿐 아니라 지역사회・국가 및 국제사회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실현할 의무가 있습니다. 언론 역시 이러한 의무를 담당해야 할 의무이행자(duty Bearer)입니다. 그렇다면, 위 기사를 작성한 언론은 아동권리 보장을 위해 필요한 충분한 고려를 다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요?

언론은 보도결과가 현실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경우5에도 추후 손해배상 등의 금전적 책임 외 개인정보 침해라는 규범위반에 대한 책임은 원칙적으로 부담하지는 않습니다. 그 결과가 언론보도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되어야 마땅한 언론의 자유를 더불어 고려한다면, 아동과 그 영향에 관련한 언론보도의 내용이 고려해야 할 수많은 가짓수를 환기시키기 위해 법적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언론에 대한 통제・검열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론은 아동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사회적 주체로서 기능해야 마땅합니다. 이는 그들의 윤리의식을 전제로 발현될 수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서도 위와 같은 자발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미 1996년에 언론보도에서의 아동인권을 지키기 위한 윤리실천요강(제13조 어린이 보호)을 개정・채택한 바 있습니다. 2011년 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협력하여 마련한 인권보도준칙(제7장 어린이와 청소년 인권)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이 어리다는 이유로 그들의 권리를 무시하지 않으며 언론이 그들의 안전에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배려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연합에서 채택된 ‘개인정보보호규칙(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이하 GDPR)6’이 정보이용에 있어 정보주체자인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관련한 내용을 고지할 의무7, 아동을 포함하는 정보주체자의 잊혀질 권리8 등의 조항을 통해 아동에 대한 특별한 보호(specific protection)를 명시한 것도 그러한 의무이행의 일환입니다.9

그렇기 때문에 위 기사가 다소 아쉽습니다. 아동은 현재 사회의 주체로 존재하며, 아동의 주체성이 온전히 발현될 수 있는 권리는 성인들이 아동권리보장을 지원하고 조력하는 의무를 부담함으로써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그 당연하고 가치 있는 사회적 책임이 공유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계속하여 아동인권을 생각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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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민등록번호는 표준식별번호로 기능함으로써 개인정보를 통합하는 연결자로 사용되고 있어, 불법 유출 또는 오·남용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생명·신체·재산까지 침해될 소지가 크므로 이를 관리하는 국가는 이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여야 하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등록번호 유출 또는 오·남용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 (…중략…) 따라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헌법재판소 2015.12.23. 2013헌바68, 2014헌마449(병합)).
[2]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3] 연합뉴스 2017.5.26.자 뉴스 <'낙성대 의인'에 흉기 휘두른 남성은 조현병 앓는 고시 장수생>: 본 기사의 의인으로 소개된 곽OO씨는 이름과 나이만 안내되고, 기타 직업・거주지 등은 나타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5/26/0200000000AKR20170526050400004.HTML?input=1179m
[4] 협약 제16조
[5] 예컨대, 공개된 개인이 범죄의 표적이 된 경우
[6] 2016. 4. 14. 의결, 2018. 5. 28. 발효
[7] GDPR Art. 12. 1. The controller shall take appropriate measures to provide any information referred to in Articles 13 and 14 and any communication under Articles 15 to 22 and 34 relating to processing to the data subject in a concise, transparent, intelligible and easily accessible form, using clear and plain language, in particular for any information addressed specifically to a child.
[8] GDPR Art. 17 1. The data subject shall have the right to obtain from the controller the erasure of personal data concerning him or her without undue delay and the controller shall have the obligation to erase personal data without undue delay where one of the following grounds applies: (f) the personal data have been collected in relation to the offer of information society services referred to in Article 8(1)
[9] GDPR Recital (38) Children merit specific protection with regard to their personal data, as they may be less aware of the risks, consequences and safeguards concerned and their rights in relation to the processing of personal da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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